update: 몇달 전에 가족들과 다시 가보니 위치는 바뀌었지만, 내내 선릉역 주변입니다. 다른 체인점도 있는데 역시 선릉역 김돈이의 맛은 그대로였습니다.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가 포스코사거리에 있어 자연스레 대치동과 선릉역 주변의 맛집들을 순례하게 되었다. 먹자골목에는 고기와 회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지만 매일 신장개업 이벤트하는 곳이 차고 넘칠 정도로 예전 가게가 폐업한 자리에서 새로 개업한 초짜가게들이 많아 진정한 맛집은 찾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저렴하게 파는 소고기집도 많지만 한 번 가 보면 왜 저렴한지 바로 알게 된다.
선릉역 김돈이의 입소문을 듣고 장총상무님과 같이 첫 방문을 한 날, 우리 일행은 서빙된 고기를 보고 거의 할 말을 잃었다. 서울에서 마포 쪽이나 고대, 신촌 주변의 주먹고기 정도가 아닌 제주도 근고기를 제대로 파는 집은 그 날 처음 보았다. 최근에는 역삼에서도 분점을 보았고 논현동에도 있다하는데, 선릉역 일대에서 내가 좋아하는 단 두개의 고깃집 중 1번 타자 "김돈이"를 소개한다.
근고기라 함은 1인분에 200g, 150g 등 얄팍하게 파는 것이 아니라 근 단위로 파는 고기일 뿐 다른 종류의 고기인 것은 아니다. 다만 김돈이에서 파는 고기는 섬 지역인 제주의 특성상 기온차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어 육질이 좋은 돼지를 잡아 두껍게 썰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 근(600g)에 36,000원인데 나 같은 남자 둘이 모이면 한 근을 다 먹지 못 하고 남기는 게 보통이다.
저 생고기의 두께와 상태를 보면 어느 정도의 맛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예약은 필수. 저녁 시간에 맞추어 가면 늘어선 줄 때문에 한동안 기다려야 한다. 올 초에도 회사 바로 앞이니 설마 싶어 SK컴즈 동생들과 저녁 시간에 방문했다가 한참을 기다리다가 지쳐 결국은 다른 단골집으로 옮겨간 기억이 있다. 너무도 추운 날이었기에 예약을 하지 않은 걸 어찌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이 마치 스테이크 같다.
두꺼운 고기이니 섯불리 집게와 가위를 달라 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 익어가면 알아서 고기를 잘라주신다. 흔한 연탄불을 사용하는데 성형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심이 된다. 숯불구이 전문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성형탄은 특유의 역한 냄새는 물론 이거니와 인체에 너무도 유독한 중금속, 포름알데히드가 나온다. 그럼에도 가게 주인장의 원가 절감을 위한 판단과 참숯의 심한 연기로 인한 환기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가게에서 쓰고 있으며 주인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표정도 안 바뀌며 참숯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그렇게 예쁜 모양의 참숯이 있을까?)
왼쪽에 끓고 있는 녀석은 멜젓이다. 멜젓은 멸치젓의 제주 방언일 것이다. 비린 걸 못 먹는 사람은 쿰쿰한 향보다 새우젓이 나을지 모르나, 돼지 고기의 냄새를 없애주면서 소화도 도와주기에 한 번 맛을 들이면 계속 찍어먹게 된다. 한 번 모시고 갔던 박 교수도 홍콩 교환 교수 시절, 여기에서 멜젓에 찍어먹는 고기맛이 그리웠다고 이메일을 보냈을 정도.
돼지고기는 완전히 익혀먹어야 한다는 건 요즘 세대에게는 옛날 얘기다. 예전에 있던 갈고리촌충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발견된 바가 없다고 알고 있으며 7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안심해도 된다. 물론 덜 익은 고기를 먹는 것보다는 잘 익혀먹는 것이 건강과 풍미를 위해 좋지만, 너무 익혀먹으면 건강도 놓치고 맛도 놓치게 된다.
김돈이에서는 제주산 근고기의 육즙마저 빠져나와 뻑뻑한 고기를 먹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위 사진 정도로 익혀먹도록 하는 것이 노하우...!!!
하나 더 추가한다.
고기룰 먹을 때는 고기와 함께 채소류를 최대한 많이 먹자.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은 공기밥을 추가하거나 냉면, 국수 따위를 먹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건강과 영양 측면에서 그렇고 늘 그렇듯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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