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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혹은 비평

영화 - 바그다드카페, 쟈스민의 아름다움

by sinsiya 2012. 10. 28.


‘용모가 아름다운 여성은 눈에 기쁨을 주고, 마음이 아름다운 여성은 마음에 기쁨을 준다.’고 세익스피어는 말했다. 어제는 화려하게 깜빡이는 클럽의 싸이키 조명과 그 아래 춤추는 싱싱한 여자들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꼈고 오늘은 한 뚱뚱한 독일 여자에게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검색하면 화장품, 성형수술, ‘빵빵한 가슴’을 보장하는 제품들을 친절히 소개해줄 뿐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 뚱뚱한 독일 여자 따위에게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이제부터는 ‘바그다드 카페’라는 영화를 통해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것에 대한 斷想을 해보자.

 

‘Calling you'라는 주제가로 유명한 ’바그다드 카페‘는 사실 97년 여름에 처음 보았다. 극장에서 개봉하자마자 간판을 내리는 흥행실패를 겪었지만 비디오로 출시된 다음부터는 입소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 페미니스트라면 빼놓지 않고 보았을 영화이다. 이 영화는 사막 한 가운데 자리잡은 작고 누추한 「바그다드 카페」를 둘러싸고 가게주인인 흑인여성 브렌다, 여행을 왔다가 눌러앉게 된 독일여성 쟈스민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황량한 모래바람이 휘몰아쳐오는 노란 사막의 한복판에 다 쓰러져가는 건물과 인간들이 방치되어 있다. 그들은 시간의 불가항력 앞에서 스스로를 소모하며 자신의 잠재성을 방기하고 있다. 그 소외된 변방에 나타난 한 뚱뚱한 여자. 그녀는 화장품이나 성형수술과는 아무 연관도 없어보이는, 즉 대중이 말하고 매체가 보여주는 ‘여성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여자다. 


아무도 그 ‘뚱녀’가 이 황량한 사막지대를 오아시스로 바꾸어줄 행운의 여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쟈스민의 남편은 말다툼 끝에 볼품없는 아내를 혼자 버려두고 차를 몰고 떠나버린다. 두툼한 코트에 한 손에는 커피포트를 든 우스꽝스러운 이 독일여성은 뒤뚱거리며 멀리 보이는 바그다드 까페로 걸어간다.

 

바그다드 까페에 있는 것은 고장난 기계들과 오갈 데 없는 삼류 인생들이다. 왕년에 헐리우드에 발을 담갔다가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콕스, 문신을 새겨주는 말없는 여인 데비, 그리고 인디안 요리사와 보안관, 이들은 결코 풍요와 화려함으로 표현되는 미국 백인의 중심적 문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사랑의 여인’ 쟈스민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건너왔던 사막과 같은 삶의 황폐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쟈스민은 카페 주인 브렌다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피아노를 치는 브렌다의 아들은 쟈스민이 단지 옆에 앉아 경청해 주는 것만으로 감동을 받는다. 그녀만이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주었다는 그를 보며 누군가를 응원해주는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 모든 손님에게 기쁨을 주는 쟈스민, 그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콕스는 그녀의 누드를 그리다가 결국은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사실 남자들은 “얼굴이 예뻐야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미의 기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물인 인간의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는 말이다. ‘성적 매력’이야말로 가장 본능적이고 직접적인 아름다움이다... 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화를 낼 것이다. 동물적 습관을 최대한 버리고 존엄성을 가진, 영적 존재인 우리이기 때문이다. 


외형적 아름다움, 성적 아름다움만이 인간인 여성의 아름다움의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을 보아도 우리가 미의 가치로 삼는 기준 중 하나인 유용성 뿐 아니라 영적인 세계를 다룸을 알 수 있다. 또한 외형적 아름다움은 시대와 민족에 따라 그 기준이 바뀌어왔다. 아름다움은 가치를 띄며 가치는 항구성을 띌 때 더욱 커진다. 따라서 외형적 아름다움은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논리를 얻을 수 있다.

 

변치않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라... 우리는 여기에 대한 정언을 할 수는 없지만 ‘바그다드 카페’를 본 사람들은 그 중 일부를 체득한다. 여성의 가장 고귀한 아름다움은 바로 인간의 반쪽인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 그 중 ‘여성성’이라 일컫는 것에 우리 남성들은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사랑을 통해 황폐한 이방인들의 삶에 의미를 주고 그들을 아름다움 사람으로 만드는 쟈스민을 통해 우리는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영화를 통해 느끼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식상한 남성이나 살 빼는 것에 관심이 있는 여성, 또는 이도 저도 아닌 누구에게도 이 영화는 나름대로의 해답들을 준비해 줄 것이다. 그렇게 투박해 보이던 쟈스민이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으로 변신하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여성미에서 벗어나서 풍요와 생명의 상징으로서 진정한 여성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 註 : 바그다드 카페를 본 당일 작성한 글이라 지금 시점에서는 지우고 싶은 부끄러운 문단이 있지만 재수생이었던 당시 생각을 그대로 보고 싶어 놔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