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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SIYA-전문강사/창업특강

2019년 강의 정리, 춘천(feat. 닭갈비)

by sinsiya 2020. 6. 26.

2019년 초,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더욱 소설에 매진했습니다. 외부 강연을 하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데, 소설가로 매체에 나오며 창업 관련해서는 섭외도 없고, 대학 강의도 그만 두었고. 덕분에 집필에 몰두하기는 했습니다.

상반기에는 주로 IT 창업 관련한 컨설팅과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스타벅스 창업카페에 초빙되기도 했죠. ktx를 타고 만종역에 내린 뒤 원주에 가서 맛있는 장칼국수를 먹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폭우가 시작됐습니다. 강의 장소였던 스타벅스까지 걸어서 오 분 거리였는데 이미 신발부터 시작해 발목까지 흠뻑 젖었습니다. 

도로가 침수될 지경이어서 참석은 저조했지만 별도의 PPT 없이 진행되는 프리한 강연이어서 오히려 참석하신 분들과 개인과외 하듯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아, 쓰다보니 춘천 이야기로 2019년 강의를 정리할 수 있겠군요. 하드에 잠들어있던 사진들을 깨워봅니다. Wake up! 

작년 가을은 조금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제 소설이 출간됐고, 문학상 시상식과 행사들이 이어졌지요. 작가회 분들과 모임도 수차례, 학사장교 동기 모임, 예전 직장 동료들과 번개, 팟캐스트 관련 컨설팅(?), 미국에서 오신 선배님과 동문 모임, 언론 인터뷰, IT 창업자 컨설팅, 새 작업실로 이사 준비 등등......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있던 날 저는 춘천에 있었습니다. 강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춘천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학부생을 위한 강의나 특강, 일반인 대상으로 한 창업 멘토링 등 다양한 일로 인연이 있는 곳이죠. 2019년 9월에는 초기창업 관련한 추경 예산 집행 사업 관련하여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었습니다.

심사 전날 미리 춘천에 도착해 숙소에서 1박을 했는데 기자간담회 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네요. 아침부터 심사 일정이 있어서 맥주 한 캔도 못 마시고, 잠도 오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이틀동안 진행된 심사 장소는 베니키아춘천 베어스 호텔이었습니다. 공지천에서 차로 오 분 정도 더 들어가야하는 비교적 외딴 곳에 있지요. 저는 IT 분과를 맡아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의견을 쓰느라 정말 분주했습니다. 식사도 호텔식당에서 하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2층 루비홀에 감금됐죠.

아, 재미있는 일도 있었네요. 2019년 초에 명예 논산시민 임명장을 받았는데, 그때 알게된 시의회 의장님을 이 날 호텔에서 만났어요. 전국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 대표회의가 저희가 있던 같은 층에서 진행됐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회하니 반가워서 짧게나마 안부를 나눴습니다. 

 

 

 

날은 흐렸지만 KT&F 상상마당과 춘천 MBC를 지나는 산책로를 걷는 건 참 좋았습니다.
전방에서 군생활 할 때 당시 중대장님과 필리핀 참전묘지까지 매일 10km 달리기를 했죠. 춘천에는 에티오피아 참전기념관이 있네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알쓸신잡에 나와 유명해진 "이디오피아벳" 카페에 갔습니다. 하라는 한 잔에 \12,000원입니다. 비쌉니다. 카페에 들어오니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심사를 마치고 나와 산책하고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며 저녁이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춘천에 가면 꼭 만나고 싶은 친구, J군이 있었거든요. 2018년에 강원대학교에서 진행된 일반인창업강좌에서 알게 된 그 친구는 당시 중2였습니다. 네, 그 무섭다는 중2... ㄷㄷㄷ

그 친구는 어른들 틈에서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저도 아낌없는 정성을 쏟아 멘토링해주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됐죠. 새로 출간한 제 소설책도 줄 겸.

J군이 사정이 생겨서 조금 늦겠다고 하여 카페에 있다가 숙소를 잡고 이동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간식을 먹으며 TV를 보다가 연락을 받고 8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구봉산으로 향했습니다.

 

 

"탑 플레이스"라는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남자 둘이 갈만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실내는 깔끔했고, 음식은 무난했고. 미성년자와 있으니 맥주 한 잔을 못 한 게 아쉬웠네요. 알리오올리오파스타와 삼겹살 스테이크,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외고 입시를 준비하던 J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카페 CUPOLA에 가서 마저 수다를 떨었습니다. 진로, 이성교제, 공부, 소설, 다양한 주제였죠. 여전히 비가 내리는데도 야경은 끝내줬습니다

 

친구와 헤어진 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캔맥주를 마시고 잠들었습니다. 

다음날도 일찍 일어나 심사를 하기 위해 호텔로 향했습니다. 예보와 달리 비가 오지 않아서 천천히 걸어갔는데 상쾌하더군요. 전날도 오래 걷고 싶었는데 비 때문에...

전날과 달리 심시할 사업계획서 양이 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점심으로 갈비탕이 나왔으나 저는 몇 숟갈만 먹었네요. 이유는... 그동안 강의 때문에 숱하게 춘천에 갔으면서도 정작 한 번도 먹지 않은(물론 예~~~전에 데이트하러 갔을 때는 춘천 명동에 가서 먹긴 했지만) 닭갈비를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춘천 현지 분들은 닭갈비집을 추천해주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런데 그중 괜찮은 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심사를 마친 후 방문했습니다.

 

제가 양이 적어서 2인분을 시키고 남기려고 했는데(아깝지만...)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다고 사장님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ITX 역으로 향하는데 강원대 창업지원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 주에 현역 군인인 친구가 진행하는 사업 관련 컨설팅 요청을 받기는 했는데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마침, 제가 춘천에 있는 걸 알고 계셔서, 컨설팅이 가능하냐는 전화였습니다. '스타트업 큐브'로 향했습니다.

 

근사하지요? 강원대가 창업지원에 참 열심입니다. 
창업 팀에게 제공되는 공간입니다. 제 대학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부럽네요. 선배 오피스텔에서 시작해서 양재동 사무실을 얻기까지 고생을...
이 공간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모여서 창업준비도 하고 교육도 받고 네트워킹도 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다 입대한 J 상병(J군과 성은 다릅니다)을 만났습니다. 사실 처음 아이템을 들었을 때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창업지원단에도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이 친구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다보니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기존 사업대로 진행하되 타겟을 바꾸어 조금의 변경, '피보팅'을 제안했습니다. 제 얘기를 들은 J 상병도 동의했고요.1시간 정도 컨설팅을 하면 됐는데 제가 너무 신이 나서 저녁 7시 반까지 진행했습니다. 사업 관련된 다양한 정보도 전달해 주었고요.

하도 열을 내며 얘기했더니 닭갈비가 다 소화되어 제 단골인 "퇴계막국수"에 들러 막국수까지 먹고 올라왔습니다.그리고 J 상병과의 인연 역시 J군처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신저를 통해 소식을 주고 받고 조언도 해주던 와중, 2019년 연말에 반가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 제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요. 

더 좋은 소식 듣기를 바라며 마음의 짐이었던 "지난 강의 정리"를 이렇게 졸속으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