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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뒷담화

다시 쓰는 그리스 신화

by sinsiya 2012. 11. 8.

이 글은 20세기에 재미삼아 쓴 글이며 그리스 신화를 패러디 한 내용이다. 

당시 사회를 냉소하며 쓴 글인데 뭐 지금 봐도 달라진 것 없는 것 같다.

정치적인 의도는 없으며 이의가 있다면 비공개로 전환하도록 하겠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소멸되었다. 신과 영혼이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증명된 지 벌써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신과 영원, 인문학의 가치를 믿는 사람은 현대인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문학과 예술은 이제 연구 대상에 속하지 않고 ‘인류 역사 연구회’라는 지구 중앙 정보부내의 한 분과의 컴퓨터 안에 저장되어 있다. 이 자료를 열람하려는 지구인들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복고주의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진화 개체’라 조롱한다. 이제부터 먼 옛날 지구에 살았다는 코리아의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고대 코리아인들 간에 인식되고 있던 세계구조의 관련성을 알아야한다. 코리아인은 지구가 둥글고 평평한 것이라 믿었다. 힘이 센 거인들이 살고 젖과 꿀이 흐르는 ‘아메리카’라는 나라와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나라를 연결하는 위치에 코리아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코리아의 동쪽에는 ‘왜놈’이라 불리우는 민족이 있었는데 체격은 왜소해도 기민함과 민첩함으로 코리아를 자주 침략하였다. 


  코리아의 북쪽에는 한때 ‘노스코리아’라는 나라가 있었다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나라의 시조는 본디 형제였다. 세계의 아버지인 제우스는 부인인 헤라 몰래 외도를 하였다. 어느날 제우스가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니 한 어여쁜 처녀가 있어 곰으로 변해 그녀를 유혹하였다. 그 처녀는 마늘과 쑥을 곰으로 변한 제우스에게 던지며 저항하였으나 제우스의 힘에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였고 열 달이 지난 후 어느 동굴에서 코리아와 노스코리아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헤라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제우스는 두 형제를 각기 ‘양키스’와 ‘시바노므스키’라는 구기 종목의 신과 술의 신에게 위탁하여 키웠다. 우연히 두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헤라는 제우스가 언젠가는 두 아들을 한데 모여 살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는 코리아는 오른손만을, 노스코리아는 왼손만을 쓸수 있게 저주를 내렸다. 거기에 더하여 노스코리아의 얼굴에는 온통 빨간칠을 하고 머리에는 뿔을 달아놓았다. 코리아의 남자다웠던 성품은 비굴하고 간사하게 바꾸어버렸다. 


  시간이 흐른 후, 제우스는 자신의 두 아들을 찾아내었다. 각기 다른 곳에서 자라 이제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두 아들을 보며 제우스는 화해의 의미로 악수를 권했다. 두 아이가 서로를 경계하다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으나 코리아는 오른손을, 노스코리아는 왼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할 수가 없었다. 이에 제우스는 탄식하여 두 아이를 버린 채 다시 천계로 올라가버렸고 얼굴이 빨갛다고 놀리는 코리아를 노스코리아가 한 대 때리면서 싸움이 시작되어, 결국 그들의 양아버지인 양키스와 시바노므스키까지 자기 동료신들을 합세시켜 커다란 전투를 벌였다. 결국은 구기 종목의 신 양키스가 술의 신 시바노므스키와 그의 병사들이 술 취해 잠든 틈을 타서 자신의 병사들을 시켜 투석을 하게 하여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이를 계기로 양키스의 후예들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돌을 던지는 운동경기를 만들어내어 5년마다 열리는 대제전에서 솜씨를 뽐내었는데 이들 중 특출난 자들을 ‘메이저리거’라 부르게 되었다. 또 비록 전쟁에서 패하긴 했지만 시바노므스키의 병사 중 유달리 교활하고 겁없는 장수가 있어 이를 전쟁의 신으로 임명하였는데 그의 이름은 ‘일성’이라 전해진다. 처음에는 노스코리아 백성들의 총애를 받았지만 말년에는 술에 취해 치세를 소홀히 하다가 백성들을 굶겨 죽이며 민심을 잃었고 결국 ‘옘병’이라는 병에 걸려 피를 토하며 죽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 제우스 자신에게도 양친은 있었다. 크로노스가 그의 아버지요, 어머니는 레아였다. 크로노스와 레아는 物神族에 속해있었다. 그리고 이 신족의 양친은 하늘과 땅으로부터, 하늘과 땅은 또 資本으로부터 태어났다. 이 資本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다. 크로노스와 레아만이 유일한 物神族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신족은 그밖에 탐욕, 이기심, 보수, 편견 같은 남자 신들과 사기, 질투, 모략, 사치 같은 여자 신들이 있었다. 크로노스에 대해서는 신화의 버전마다 그 묘사가 아주 다르다. 그 중 가장 멀리 알려진 것으로는 그는 자기의 아들을 마구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쓰여져 있다. 코리아의 위대한 시인이었던 ‘변혁’은 이렇게 詩로 묘사했다. 



  아버지

  이제 제 형들을 뱉어주세요

  꿈마다 들리는 형들의 울음소리에

  잠들기가 무서워요

  뱃속에 감춘다고 숨길 수는 없어요

  토해내세요

  제 형들을,

  시꺼먼 위장을,

  진실을 녹이는 위액을,

  내 눈을 뽑아도

  내 귀를 막아도

  저는 알고 있어요

  눈을 떠야할 것은 바로 당신,

  당신은 전능하지 않지요

  토해내세요

  노동자를

  양심수를

  나의 형제들을...

  일식은 끝났어요

  이제 가려졌던 해가 비추니

  핏줄이 벌건 당신 얼굴

  형들이 갇힌 부어오른 배가 보여

  <중략>

 

  

  제우스는 이 운명을 면하고 이윽고 성장하여 메티스를 아내로 맞았다. 그녀는 시아버지인 크로노스에게 어떤 약을 마시게 하여 그가 먹은 아이들을 다 토하게 했다. 그들이 바로 진실, 노동자, 양심수라 불리우는 신들이다. 제우스는 그 형제들과 더불어 그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와 그의 형제인 物神族에 대해서 폭동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들을 정복하자, 그 중의 어떤 자는 남산 지하실(지옥)에 가두고 또 다른 자들에게는 다른 형벌을 가하였다. 


  크로노스가 폐위되자 제우스는 그의 형들인 영남권과 호남권과 더불어서 크로노스의 영토인 코리아를 분할하였다. 제우스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차지하였고 영남권은 경상도 부근을 차지하고 호남권은 전라도 부근의 나라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제주와 강원은 세 사람의 공유 재산으로 하였다. 이리하여 제우스는 신과 인간들의 왕이 되었다. 공권력(공갈협박)은 그의 무기였고 게다가 그는 언론이라는 강한 방패를 가지고 있었다. 에라이프로토스가 그를 위하여 만든 것이다. 제우스가 총애한 새는 짭새였는데 이 새가 공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마이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었다. 그가 주재한 부문은 상업, 레슬링 및 그 밖의 경기, 나아가서는 도둑질에까지 미쳤으며, 요컨대 숙련과 기민을 요하는 일체의 것에 미쳤다. 신화를 모르는 현대인들에게조차 유일하게 존경받고 있는 신이다. 그는 부친 제우스의 사자로서 검정 세단을 타고 다녔다. 또 손에는 두 마리의 뱀이 몸을 감고 있는 부정대출이라는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다리가 10개라는 말은 과장된 속설로, 실은 그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일화가 와전된 것이다. 주가조작, 정경 유착, 국회 몸싸움 등 각 분야의 신들은 헤르메스 신의 부하들로 코리아의 ‘부르주아’라 일컬어 칭송 받고 있다.


  

  코리아는 본디 척박한 나라였다. 노스코리아가 생겨나기 전인 아주 오래 전에 코리아는 ‘짱개’라는 민족이 사는 광활한 나라와 연접해 있었다. 헤라의 저주를 받기 이전의 코리아는 진취적이며 강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으나, 몸의 반은 말이요 반은 인간인 짱개족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짱개족의 수가 워낙 많기도 했다. 결국 해마다 곡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왔다. 반면에 동쪽에 있는 ‘왜놈’족들에게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에게 문화까지 전파해주었다. 본래는 문화를 전해주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왜놈들의 왕이었던 ‘쪽바리’의 결혼식날, 코리아는 사신을 보내 신들의 선물을 담은 상자를 전해주었다. ‘덴뿌라’라는 왜놈들의 선지자는 쪽바리에게 절대로 그 상자를 열지 말라고 예언했다. 쪽바리는 예언에 따라 상자를 숨겨두었으나 그의 아들 ‘스메끼리’가 호기심으로 아비 몰래 그 상자를 푸니 선물이 다 달아났고 재빨리 뚜껑을 닫았을 때는 오직 ‘흉내내기’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기민함과 민첩함으로 코리아를 자주 침략하고 괴롭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이 결국 왜놈족들의 유일한 재주가 되어 지금도 왜놈족들은 흉내내기 하나만큼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나다. 



  한편 신의 달력으로 여러 해가 지난 후 코리아의 주변 나라들의 정황도 바뀌었다. 부강하던 짱개족은 한 때 지구를 호령했으나 양키스 신이 다스리는 아메리카라는 나라의 거인족들이 이제 그 위치를 대신했다. 노스코리아의 의부였던 시바노므스키도 제법 강성했으나 양키스가 쏜 자본주의라는 독이 발라진 은화살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왜놈족은 세력이 커져서 코리아를 완전히 점령해버린 적이 있으며 지금까지도 코리아를 자기 멋대로 휘두르고 있다.

  코리아는 노스코리아와의 싸움 이후 더욱 좁아진 영토에 숨을 죽이고 살았다. 한동안은 의부인 양키스 신의 도움으로 벌거벗은 몸을 가리우고 주린 배를 채우며 연명하였다. 코리아가 처음으로 식량을 생산한 것은 ‘박통’이라는 위대한 지도자 덕분이었다. 박통은 제우스와 이나코스의 딸 이오의 결합으로 낳은 자식으로, 헤라의 질투를 피하기 위해 제우스가 이오의 태아를 박으로 변형시켜 낳았다. ‘커다란 박을 가르고 태어난 자’라고 하여 박통이라 이름 붙였다. 박통은 헤르메스 신과 친분이 있어서 코리아의 산업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결국 정격유착과 지역감정이라는 두 영웅을 탄생시켰다. 



  최근의 연구에 의해 노스코리아의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노스코리아인의 붉은 얼굴은 ‘불’을 뜻한다. 불은 성적결합의 결과로 간주되었다. 연금술사에 의한 우주론적 개념에 의해 살펴보면, 은 노스코리아가 있었다는 지역에서 요즘 발견되곤 하는 땅굴(여성적 요소) 속에 ‘김일성 기념비’라 불리우는 막대기(남성적 요소)를 왕복 운동(성교와 동일시) 시킴으로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스코리아는 제우스의 아들이며 동시에 불의 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종교사 개론 p.216 이하 참조)


  방대한 양의 코리아 석기 시대 신화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돌에서 태어난 인간에 관한 신화이다. 많은 신화가 최초의 인간이 돌에서 나왔다고 얘기한다. 이 모티브는 중앙아메리카의 위대한 문명(잉카, 마야)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의 몇몇 부족의 전승, 그리스인과 셈족, 코카서스 산맥 지역,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소아시아에서 오세아니아에 걸쳐 입증된다.(『대장장이와 연금술사』 참조) ‘이해찬’이라는 교육, 문화를 관장하는 신은 인간의 지식이 악의 근원이라 굳게 믿어 ‘교육개악’이라는 마법을 통해 코리아인들의 머리를 돌로 만들어 버린 적이 있었다. 이 이전에서부터 코리아인들의 머리가 돌이라는 점은 코리아의 정치, 경제 분야 영웅들에 관한 수많은 신화를 통해서 증명된다. 구약성서에는 돌에서 인간이 태어났다는 고대 셈족의 전승이 보존되어 있다. 아무튼 이해찬 신이 만든 돌인간들은 걱정과 근심은 잊을 수 있었지만 머리가 너무 무거워 결국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오늘날 금강산의 기암괴석이 되었다한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돌대가리’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옴은 이 때문이다.